퇴직금, IRP에 넣으면 세금이 없어진다고요?
퇴직을 앞두고 이런 얘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겁니다. “IRP에 넣으면 세금 안 내도 돼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정확히는 이렇습니다. 세금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내는 시점이 미뤄집니다. 이걸 ‘과세이연’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내야 할 세금이 최대 40%까지 줄어듭니다. 이 차이가 수백만 원이 됩니다.
2022년 4월 14일부터 퇴직금 300만 원을 초과하면 반드시 IRP 계좌로만 수령해야 합니다(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9조 제2항). 이미 대부분의 직장인에게 IRP는 선택이 아닌 의무입니다. 그런데 정작 “IRP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세금이 얼마나 달라지는가”를 제대로 설명한 곳은 드뭅니다.
퇴직소득세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퇴직금에 붙는 세금은 일반 소득세와 다릅니다. ‘퇴직소득세’라는 별도 세목이고, 분리과세됩니다. 근속연수가 길수록 공제가 커지는 구조입니다.
계산 방식이 복잡해서 두 단계로 이해하면 됩니다.
- 근속연수공제를 빼서 퇴직소득금액을 구한다. 5년 이하는 30만원×근속연수, 10년 초과는 400만원 + 80만원×(근속연수-10) 식으로 공제됩니다.
- 그 금액을 ’12분의 근속연수’로 나눠 환산한 뒤 다시 근속연수를 곱해 산출세액을 계산한다. 오래 일할수록 세율이 낮아지는 구조가 이 과정에서 생깁니다.
최종 퇴직소득세가 나왔다고 해도, IRP에서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실제 납부액이 달라집니다.
수령 방식에 따른 세금 구조 비교
IRP 계좌 안에는 두 가지 돈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①회사가 이전한 퇴직금 재원, ②본인이 연간 900만 원 한도로 직접 납입해 세액공제 받은 개인납입금과 그 운용수익. 이 둘은 수령 시 세금 계산 방식이 다릅니다.
| 재원 종류 | 일시금 수령(해지) | 연금 수령 1~10년차 | 연금 수령 11년차~ |
|---|---|---|---|
| 퇴직금 원금 | 퇴직소득세 100% | 퇴직소득세 × 70% (30% 감면) |
퇴직소득세 × 60% (40% 감면) |
| 개인납입금(세액공제분) + 운용수익 | 기타소득세 16.5% (지방세 포함) |
연금소득세 3.3~5.5% (나이에 따라 다름) |
연금소득세 3.3~5.5% (나이에 따라 다름) |
출처: 삼성증권 IRP 과세체계, KB국민은행 퇴직연금 안내 / 2026년 7월 기준. 연금소득세율은 수령 나이 기준: 55~69세 5.5%, 70~79세 4.4%, 80세 이상 3.3%.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연금소득이 연 1,500만 원(세전)을 초과하면 낮은 분리과세 세율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경우 종합소득세(최고 49.5%)에 합산되거나, 16.5% 분리과세를 선택해야 합니다. 연금 수령액 설계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실제로 얼마나 차이 나는가 — 시뮬레이션
퇴직금 1억 5,000만 원, 근속 15년 직장인을 예로 들겠습니다. 공식 계산식(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소득세법)에 따른 근사치입니다.
- 근속연수공제: 400만 원 + (15-10년) × 80만 원 = 800만 원
- 퇴직소득금액: 1억 5,000만 원 – 800만 원 = 1억 4,200만 원
- 환산급여 산출 후 환산급여공제 적용 → 과세표준 약 4,578만 원
- 산출세액 환산 후 다시 연수 조정 → 퇴직소득세 약 720만 원
이 720만 원이 출발점입니다. 수령 방식을 달리하면 이렇게 달라집니다.
| 수령 방식 | 납부할 퇴직소득세 | 절세 금액 |
|---|---|---|
| IRP에서 즉시 일시금 인출 | 약 720만 원 | — |
| IRP에서 10년 이내 연금 수령 | 약 504만 원 (720 × 70%) | 약 216만 원 |
| IRP에서 11년 이상 연금 수령 | 약 432만 원 (720 × 60%) | 약 288만 원 |
위 수치는 소득세법 소정 계산식을 기준으로 한 시뮬레이션이며, 개인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확한 세액은 국세청 홈택스 퇴직소득세 계산기(hometax.go.kr) 또는 담당 세무사를 통해 확인하세요.
퇴직금 재원만 계산해도 최대 288만 원 차이가 납니다. 여기에 개인납입금·운용수익 부분의 세율 차이(16.5% vs 3.3~5.5%)까지 더하면 실질 절세 규모는 더 커집니다.
55세 미만이면 IRP를 해지하면 안 되는 진짜 이유
많은 분이 “당장 돈이 필요하면 IRP 해지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IRP는 연금저축과 달리 부분 인출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꺼내려면 계좌 전체를 해지해야 합니다.
해지하면 세액공제 받았던 납입금과 운용수익 전액에 기타소득세 16.5%가 부과됩니다. 연금 수령 시 5.5%보다 3배 비쌉니다. 연말정산에서 돌려받은 세금을 고스란히 뱉어내고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다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 제14조에 따른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계좌 해지 없이 일부 인출이 가능하고, 이 경우 낮은 연금소득세(3.3~5.5%)가 적용됩니다.
부득이한 사유로 인정되는 주요 경우(2026년 7월 기준):
-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 전세 보증금 (무주택자)
- 가입자 또는 부양가족의 6개월 이상 요양
- 파산·개인회생 절차 개시
- 천재지변으로 인한 피해
- 가입자의 사망 또는 해외 이주
- 그 밖에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는 사유
이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서 55세 전에 IRP를 해지하면, 절세 효과는커녕 세금 폭탄을 맞습니다. “나중에 빼면 되지” 하고 납입만 해왔다면, 반드시 인출 계획을 미리 세워야 합니다.
퇴직금 IRP 이전 절차 — 실무 흐름
- 퇴직 전 IRP 계좌 개설 — 은행·증권사·보험사 어디서든 가능. 계좌가 없으면 회사가 퇴직금을 보낼 곳이 없습니다.
- 회사가 IRP 계좌번호 요청 → 제출 — 퇴직 발생 후 14일 이내 입금이 원칙입니다.
- IRP 내에서 수령 방법 결정 — 즉시 일시금 인출, 또는 연금 수령 설계. 55세 이전 퇴직자라면 IRP 안에 묶어두고 운용하다가 55세 이후 연금을 개시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유리합니다.
- 연금 수령 개시 — 만 55세 이후, 가입 후 5년 경과, 연금 수령 기간 10년 이상 설정이 세금 혜택의 요건입니다.
예외적으로 ①퇴직금 300만 원 이하, ②55세 이후 퇴직이라면 IRP를 거치지 않고 일반 계좌로 직접 수령할 수 있습니다.
3줄 요약
- IRP에 퇴직금을 넣으면 세금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납부 시점이 미뤄지고,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가 최대 40% 줄어듭니다.
- IRP는 연금저축과 달리 부분 인출이 원칙 불가. 법정 사유 없이 55세 전 해지하면 기타소득세 16.5%가 발생해 절세 효과가 사라집니다.
- 퇴직 전 IRP 계좌를 미리 개설하고, 55세 이후 연금 수령 기간을 10년 이상으로 설계하는 것이 세금을 가장 많이 아끼는 방법입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자문이나 세무 상담이 아닙니다. IRP 세금 구조와 중도인출 사유는 소득세법·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므로, 수령 계획 수립 전 국세청 홈택스(hometax.go.kr), 고용노동부, 또는 담당 금융사·세무사를 통해 본인 상황에 맞게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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