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폭락의 밤, 레딧에서 벌어진 일

비트코인 폭락의 밤, 레딧에서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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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5일 새벽, 비트코인 커뮤니티 레딧은 전쟁터였다. 가격은 48시간도 안 돼 6만 4천 달러에서 4만 9천 달러로 곤두박질쳤고[1], 어딘가에서는 공황이, 어딘가에서는 냉소가, 어딘가에서는 진지한 설전이 동시에 펼쳐졌다. 한국 시간으로 이른 아침, 스마트폰을 켠 사람들이 처음 마주한 건 뉴스 헤드라인이 아니었다. 레딧 댓글창이었다. 그리고 거기엔 예상외로 재밌는 것들이 많았다.

WealthBrief 차트
출처: Volmex Research Series + CoinDesk, 2024년 8월 7일 기준

48시간, 무슨 일이었나

촉발점은 일본이었다. 일본은행(BOJ)이 2024년 7월 말 기준금리를 인상하자[1], 수년간 쌓여 있던 엔 캐리트레이드가 일제히 청산되기 시작했다. 엔 캐리트레이드란 간단히 말해 초저금리인 엔화를 빌려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금리가 오르면? 엔화 대출 비용이 높아지고, 투자자들은 자산을 팔아 엔화를 갚아야 한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한때 3.3%까지 급등했고[4], 그 충격파는 주식시장 전체를 강타했다.

수치가 말해준다. 8월 5일 하루, 닛케이 225 지수는 -12%[2]로 역대급 낙폭을 기록했다. S&P 500은 -3%, 나스닥은 -3.4%, 이더리움은 -10.1%였다[2]. 비트코인은 당일 -7.2%에 그쳤지만, 48시간을 통산하면 약 23% 하락이었다[1]. 전 세계 160만 명의 레버리지 트레이더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다는 분석도 있다[3]. 마진콜. 공황 매도. 연쇄 청산. 교과서에서나 보던 단어들이 실시간으로 펼쳐졌다.

그 순간, 레딧 r/Bitcoin과 r/CryptoCurrency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었을까.

레딧에서 벌어진 일

먼저 이 댓글부터. 어떤 사람이 “나 31,500달러 잃었어요. 어떡하죠”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레딧 특유의 따뜻하지만 냉혹한 위로가 달렸다.

“Good grief my guy! You did it backwards, you supposed to buy low and sell high. You are what’s called ‘weak hands’. The fear got to you and you lost 31k.”

“세상에, 완전 거꾸로 하셨네요.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게 맞는 건데. 당신이 딱 ‘겁쟁이 투자자’ 유형이에요. 공포에 지고 결국 3만 달러 넘게 날린 거잖아요.”

출처: Reddit 커뮤니티 게시글 (익명화·원문 그대로 사용, 원문: https://reddit.com/r/CryptoCurrency/comments/1ekvk2z/22m_im_embarrassed_and_scared_31500_in_losses_how/lgznldz/), 2024-08-07

코인 커뮤니티에선 조금만 떨어져도 공포에 팔아버리는 사람을 ‘약한 손’이라 부른다. 이 댓글은 잔인하다. 그리고 정확하다. 쓴웃음이 나오는 건, 이런 상황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걸 레딧 유저들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반면 이 공황 속에서 다른 온도의 댓글도 있었다.

“I’d be thrilled if we even hold this level for a few weeks so I can buy more when I get paid again, this is a great buying opportunity for people with steady income”

“이 가격이 몇 주만 버텨줬으면 좋겠어요. 다음 월급 받으면 더 살 수 있게요. 꾸준한 소득이 있는 사람한테는 지금이 딱 매수 기회거든요.”

출처: Reddit 커뮤니티 게시글 (익명화·원문 그대로 사용, 원문: https://reddit.com/r/Bitcoin/comments/1ekgmwm/daily_discussion_august_05_2024/), 2024-08-04

공황이 한창인 그날, 이 사람의 관심사는 단 하나였다. “언제 다음 월급이 들어오지?” 물론 이것이 정답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같은 화면을 보면서도 이렇게 다른 반응이 나온다는 게 흥미롭다. 그리고 세대 관점에서 나온 댓글이 특히 눈에 띄었다.

“The new ETF Boomers seem to be acting more like BTC OG HODLers rather than emotional, panicking, Crypto Bros trying to flip their rent money on short term gains.”

“ETF로 새로 들어온 기성세대 투자자들이 오히려 비트코인 초창기 장기 보유파처럼 행동하고 있어요. 월세 돈을 단기 차익에 넣고 공황에 허둥대는 크립토 열성파들보다 훨씬 침착하게요.”

출처: Reddit 커뮤니티 게시글 (익명화·원문 그대로 사용, 원문: https://reddit.com/r/Bitcoin/comments/1ela9hs/daily_discussion_august_06_2024/lgrcybp/), 2024-08-06

2024년 1월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된 후, 전통적인 주식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됐다. 이 댓글은 그들이 오히려 더 침착하게 행동했다고 말한다. 코인 커뮤니티 원주민들이 공황에 허둥대는 사이, ETF 타고 들어온 기성세대 투자자들이 묵묵히 버티고 있었다는 역설. 웃기면서도 묘하게 씁쓸한 관찰이다.

한 줄이 꽂히다 — 투자 관점

댓글들을 보다 보면 유독 한 줄이 멈추게 만든다.

“Fiat thinking: Bitcoin is crashing it’s only 55k. Bitcoin thinking: Bitcoin is undervalued and I should buy more.”

“달러 기준으로 보면: ‘비트코인이 폭락하고 있잖아, 겨우 5만 5천 달러야.’ / 비트코인 기준으로 보면: ‘지금이 저평가야. 더 사야겠다.’”

출처: Reddit 커뮤니티 게시글 (익명화·원문 그대로 사용, 원문: https://reddit.com/r/Bitcoin/comments/1elwhil/daily_discussion_august_07_2024/lgz00p1/), 2024-08-07

같은 숫자를 본다. 5만 5천 달러. 그런데 어떤 사람은 “폭락이야”라고 읽고, 어떤 사람은 “저평가야”라고 읽는다. 무엇이 이 차이를 만드는 걸까.

달러 기준으로 생각하면 이렇다. 얼마 전까지 6만 4천이었는데 5만 5천이 됐으니 떨어진 거다. 손실이다. 공포가 온다. 반면 비트코인 기준으로 보면 기준점 자체가 다르다. 달러 대비 현재 가격이 아니라, 비트코인 자체의 장기 추세나 공급 구조를 놓고 현재 가격을 읽는다. 물론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할 수 없다. 비트코인이 ‘저평가’됐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다만 이 댓글이 흥미로운 건 — 같은 사실을 두고 완전히 다른 내러티브가 작동하고 있다는 걸 한 줄로 요약해버린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내러티브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진다. 팔거나, 산다.

당신은 어느 관점으로 그 숫자를 읽고 있었나.

성급한 판단이 기회를 놓치는 법

공포매도를 했다가 후회하는 사람에게 레딧에서 달린 댓글은 한 편의 작은 심리학 강의였다.

“When you bought at presumably a higher price, it was because you believed it would rise further. So what has changed? Things never move in a straight line. The risk now is you sold and it will rise. Even if briefly. That will make you panic buy because ‘oh no I made a mistake’. So you’ll buy back in at a higher price only for the brief rise to stop and fall again. This is where the ‘buy high, sell low’ meme comes from. You see how you’re trading with emotions? This is why DCA is a much better strategy.”

“더 비싸게 샀을 때는 더 오를 거라 믿었기 때문 아닌가요. 그렇다면 지금은 뭐가 달라진 건가요? 시장은 직선으로 움직이지 않아요. 지금 위험은 팔았는데 다시 오르는 거예요. 잠깐이라도. 그러면 ‘아, 내가 실수했어’가 되면서 패닉 매수로 이어지죠. 더 비싸게 다시 사게 되고, 잠시 올랐다가 또 떨어지고. 이게 바로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패턴이 반복되는 이유예요. 감정으로 거래하고 있다는 게 보이죠? 그래서 DCA(정액 분할 매수)가 훨씬 나은 전략인 거예요.”

출처: Reddit 커뮤니티 게시글 (익명화·원문 그대로 사용, 원문: https://reddit.com/r/Bitcoin/comments/1ekh839/how_funny_is_it_going_to_be_if_the_etfs_in_fact/lgkpdsz/), 2024-08-05

루프를 그려보면 이렇다. 하락 → 공포 → 매도. 그다음? 잠깐 반등이 온다. 팔고 나면 항상 그게 보인다. “역시 내가 실수했어.” 더 높은 가격에 다시 산다. 그리고 또 하락한다. 손실 확정. 이 사이클은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행동 패턴을 만들어낸다. 감정이 거래를 주도하면 이렇게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반론도 있다. “그냥 팔고 더 싸게 다시 사면 되지 않느냐”는 타이밍 전략도 존재한다. 실제로 이 폭락 직후 저점 매수에 성공한 트레이더들도 있었다. 다만 그 타이밍을 맞히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어디가 저점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댓글이 언급한 DCA(Dollar-Cost Averaging, 정액 분할 매수)는 타이밍 판단을 아예 건너뛰는 방식이다. 이것이 “더 나은 전략”인지는 각자의 상황과 시장 판단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다만 감정이 주도하는 거래가 어떤 루프를 만드는지는 — 이 댓글이 꽤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글을 읽고 나서 스스로에게 물어볼 것들

  • 나는 지금 어떤 프레임으로 가격을 보고 있나? 달러 기준 손익인가, 아니면 내가 처음 투자를 결정했을 때의 논리인가?
  • 지난번 급락 때 내가 한 행동을 솔직히 돌아보면? 공포에 팔았다면, 그 이후 어떤 감정이 따라왔나?
  • 나는 감당할 수 없는 돈을 넣고 있지는 않은가? 월세나 생활비가 포지션에 묶여 있으면 감정 거래를 피하기 훨씬 어렵다.
  • 내가 ‘지금 팔아야 해’라고 느끼는 게 분석인가, 공포인가?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투자 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으며, 투자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출처

  1. CoinDesk, “August 5, 2024 Bitcoin Crash Retrospective” (2024년 8월 5일 기준): “a surprise BOJ rate hike triggered a yen carry trade unwind that crashed bitcoin from $64,000 to $49,000 in 48 hours.” — coindesk.com
  2. Volmex Research Series + CoinDesk, 2024년 8월 7일 기준: 닛케이 225 -12%, S&P 500 -3%, 나스닥 -3.4%, 비트코인 당일 -7.2%, 이더리움 -10.1%.
  3. BIS Bulletin No.90 (국제결제은행 공식 보고서): “retail traders faced margin calls.” / 160만 트레이더 포지션 청산 — Decrypt, Kazmierczak 재분석, 2025년 10월.
  4. 연합뉴스(Yonhapnews): “2024년 8월 초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맞물리며 엔화 가치가 한때 미 달러화 대비 3.3%까지 급등했고 한국 코스피를 포함한 세계 주식 시장은 동반 하락했다.” — 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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